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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 자동화의 손익분기와 넘기면 안 되는 일

어디까지 프로그램에 넘길 것인가

자동화는 만능이 아닙니다. 손익분기를 계산하는 법, 넘겨도 되는 일의 조건 네 가지, 넘기면 안 되는 일, 그리고 순서를 지키는 법까지.

읽는 데 약 10분 · 무료

한 줄로 줄이면

  • 자동화는 '아끼는 시간 × 반복 횟수'가 '만드는 시간'을 넘을 때 이깁니다.
  • 반복되고, 규칙이 있고, 판단이 적고, 틀려도 되돌릴 수 있는 일부터 넘깁니다.
  • 기록 → 표준화 → 자동화 순서를 건너뛰면 대부분 되돌아옵니다.

자동화라는 말이 커 보이지만, 판단 기준은 단순합니다. 이 일을 프로그램에 넘겨서 버는 시간이, 넘기는 데 드는 수고보다 큰가. 그것뿐입니다.

1. 손익분기 계산

한 번 할 때 아끼는 시간에 반복 횟수를 곱합니다. 그게 준비에 드는 시간보다 크면 넘기는 쪽이 이깁니다.

항목값
지금 한 번에 걸리는 시간20분
프로그램으로 하면2분
한 번에 아끼는 시간18분
한 달 반복 횟수40번
한 달에 버는 시간12시간
예시 계산입니다. 실제 값은 직접 재 보셔야 합니다.
그림준비에 쓴 시간을 언제 되찾는가
0h24h48h72h준비에 쓴 12시간여기서 본전시작1달2달3달4달5달6달

예시 계산입니다. 한 번에 18분 줄고 한 달에 40번 하는 일을, 준비에 12시간 들여 자동화했다고 보았습니다. 첫 달에 본전이고 둘째 달부터는 전부 남습니다.

이 경우 준비에 12시간이 들어도 첫 달에 본전입니다. 둘째 달부터는 전부 남습니다. 그래서 자동화는 “얼마나 어려운가”보다 “얼마나 자주 하는가”로 먼저 판단해야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일은 자동화하지 마세요. 하루에 세 번 하는 일은 지금 하세요.

2. 넘겨도 되는 일의 조건 네 가지

그림이 네 가지를 통과하면 넘겨도 됩니다

01

반복되는가

넘김매일·매주 같은 모양으로 돌아온다

손으로올해 한 번 하는 일이다

02

규칙이 있는가

넘김‘이러면 이렇게 한다’를 세 문장 안에 적을 수 있다

손으로그때그때 다르다

03

판단이 적은가

넘김숫자와 조건으로 갈린다

손으로취향이나 눈치가 필요하다

04

되돌릴 수 있는가

넘김잘못돼도 확인하고 고치면 된다

손으로한 번 나가면 못 되돌린다

네 가지를 다 만족하는 대표적인 일이 소싱 후보 추리기, 카탈로그 등록, 가격 감시, 운송장 입력입니다. 매일 하고, 규칙이 있고, 취향이 필요 없고, 틀리면 고치면 됩니다.

네 번째 조건을 특히 눈여겨보시면 좋습니다. 되돌릴 수 있느냐가 위험의 크기를 정합니다. 가격을 잘못 매기면 고치면 되지만, 발주를 잘못 넣으면 물건이 옵니다. 같은 자동화라도 이 둘은 다르게 다뤄야 합니다.

3. 사람이 하던 순서와 프로그램이 하는 순서

실제로 무엇이 줄어드는지 보려면 단계를 나란히 놓고 보는 편이 빠릅니다.

그림손으로 할 때와 넘겼을 때

지금

손으로 하는 7단계

  1. 01상품 찾기
  2. 02매입처 확인
  3. 03엑셀 정리
  4. 04하나씩 등록
  5. 05가격 확인
  6. 06운송장 입력
  7. 07문의 응대

도구를 쓰면

확인하는 3단계

  1. 01기준 정하기
  2. 02도구 실행
  3. 03확인하고 승인

찾고 옮기고 붙여넣는 일은 프로그램이 합니다. 사람은 기준을 정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자리에 남습니다.

줄어든 것은 단계 수만이 아닙니다. 중간에 사람이 집중해야 하는 구간이 사라집니다. 일곱 단계를 손으로 밟을 때는 매 단계마다 실수할 자리가 있지만, 세 단계로 줄면 확인할 자리도 세 곳으로 줄어듭니다.

그림작업별로 얼마나 줄어드는가

하루에 쓰는 시간

손으로 할 때 vs 도구가 할 때

손으로 도구로
  • 상품 찾기·매입처 확인90분 → 15분
  • 상품 등록60분 → 10분
  • 가격 확인·조정30분 → 2분
  • 운송장 입력25분 → 3분
  • 문의 응대35분 → 12분

하루 합계

4시간 0분 → 42분

하루 아끼는 시간

3시간 18분

한 달(주 5일 기준)

약 73시간

위 숫자는 한 사람이 하루에 이 정도 일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예시 계산입니다. 취급 상품 수와 채널에 따라 달라집니다.

4. 넘기면 안 되는 일

반대쪽도 분명히 해 둬야 합니다. 이걸 넘기면 편해지는 게 아니라 사고가 납니다.

  • 돈이 실제로 나가는 마지막 버튼 — 발주, 정산, 환불 실행은 사람이 확인하고 누릅니다. 프로그램은 여기까지 준비만 해 두면 됩니다.
  • 사람의 감정이 걸린 응대 — 불만 글에 자동으로 답하면 더 커집니다. 자동은 분류까지만 하고, 답은 사람이 합니다.
  • 무엇을 팔지 정하는 결정 — 후보를 모아 오는 일까지가 프로그램의 몫입니다. 고르는 건 대표의 일입니다.
  • 플랫폼 규칙을 넘는 일 — 정책으로 막아 둔 것을 우회하는 자동화는 계정을 잃습니다. 아낀 시간보다 잃는 게 큽니다.

마지막 항목은 특히 중요합니다. 자동화로 할 수 있는 일과 해도 되는 일은 다릅니다. 계정 하나가 막히면 그동안 쌓은 판매 이력과 리뷰가 같이 묶입니다. 이건 시간으로 환산이 안 되는 손실입니다.

5. 순서를 건너뛰지 않기

자동화를 시도했다가 되돌아오는 경우는 대개 순서를 건너뛴 경우입니다. 세 단계를 지켜야 합니다.

그림기록 → 표준화 → 자동화

01

기록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대로 적습니다. 머리로만 알고 있으면 넘길 수 없습니다.

적기만 해도 빠뜨리는 일이 줄어듭니다

02

표준화

매번 다르게 하던 것을 하나로 맞춥니다. 예외를 먼저 줄여 놓습니다.

여기서 이미 시간이 줄기 시작합니다

03

자동화

그다음에 넘깁니다. 표준이 없는 일을 넘기면 예외만 쌓입니다.

확인하는 시간만 남습니다

1번과 2번을 하는 동안에도 이미 시간이 줄어듭니다. 적어 놓기만 해도 빠뜨리는 일이 줄고, 방식을 하나로 맞추기만 해도 헷갈리는 시간이 사라집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 두 단계를 건너뛰고 3번부터 하려다 실패합니다.

표준이 없는 일을 자동화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예측할 수 있습니다. 예외가 쏟아집니다. 그러면 예외를 처리하느라 자동화 전보다 더 바빠지고, 결국 “역시 손으로 하는 게 낫다”는 결론으로 돌아갑니다. 문제는 자동화가 아니라 순서였습니다.

6. 자동화가 실패하는 다섯 가지 방식

되돌아온 경우들을 모아 보면 원인이 대체로 다섯 가지로 갈립니다. 미리 알고 있으면 피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이렇게 됩니다
가장 어려운 일부터 손댄다준비만 길어지고 결과가 안 나와 도중에 접습니다.
예외를 정리하지 않고 넘긴다예외 처리에 매달리다 전보다 더 바빠집니다.
한 번에 전부 바꾼다어디서 틀렸는지 못 찾아 통째로 되돌립니다.
결과를 확인하지 않는다한 달 뒤에 틀린 걸 발견하고 그동안의 손해를 떠안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일까지 맡긴다한 번의 사고로 그때까지 아낀 시간을 다 까먹습니다.

다섯 가지의 공통점은 욕심입니다. 크게 한 번에 바꾸려다 실패합니다. 작게 하나, 확인하면서 하나. 이 속도가 결국 가장 빠릅니다.

7. 도구를 고를 때 볼 것

넘길 일을 정했다면 무엇으로 넘길지 고릅니다. 기능 목록보다 먼저 볼 것이 있습니다.

  • 실패했을 때 알려주는가 — 조용히 실패하는 도구가 가장 위험합니다. 무엇이 안 됐는지 따로 보여 주는지 확인하세요.
  • 기록이 남는가 — 언제 무엇을 바꿨는지 남아야 되돌릴 수 있습니다.
  • 내가 멈출 수 있는가 — 중간에 세우고 손으로 이어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 플랫폼이 바뀌면 고쳐 주는가 — 화면 구조는 계속 바뀝니다. 고쳐 주는 사람이 없는 도구는 몇 달 뒤 멈춥니다.
  • 규칙 안에서 도는가 — 정책을 우회하는 방식이면 아무리 편해도 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이 다섯 가지를 통과하지 못하는 도구는 처음엔 빨라 보여도 결국 손이 더 갑니다. 특히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사고가 났을 때 피해 크기를 정합니다.

8. 자동화해도 남는 일

프로그램에 넘겼다고 손을 완전히 떼는 건 아닙니다. 이 세 가지는 계속 남습니다.

  • 확인 — 결과를 훑어봅니다. 매일 5분이면 충분하지만, 0분이면 안 됩니다. 틀린 것을 하루 만에 잡는 것과 한 달 뒤에 잡는 것은 다릅니다.
  • 기준 손보기 — 시장이 바뀌면 조건도 바뀝니다. 마진 하한 같은 값은 주기적으로 다시 정합니다.
  • 점검 — 플랫폼 화면이 바뀌면 프로그램도 고쳐야 합니다. 이건 도구를 쓰는 비용입니다.

그래도 34시간이 5분씩 스무 번으로 줄어듭니다. 시간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종류가 바뀝니다. 하는 일에서 보는 일로 바뀝니다.

9. 첫 번째로 넘길 일 고르기

마지막으로 실제 순서입니다. 이대로만 해 보셔도 됩니다.

  • 이번 달에 세 번 이상 한 일을 전부 적습니다.
  • 그중 네 가지 조건(반복·규칙·판단 적음·되돌릴 수 있음)을 통과하는 것만 남깁니다.
  • 남은 것 중 한 번에 가장 오래 걸리는 일 하나를 고릅니다.
  • 그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순서대로 적습니다. (기록)
  • 매번 다르게 하던 부분을 하나로 맞춥니다. (표준화)
  • 그다음에 넘깁니다. (자동화)

하나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나면 두 번째는 훨씬 쉽습니다. 어려운 것은 기술이 아니라 첫 번째를 고르는 일입니다.

반복은 프로그램에게, 판단은 나에게. 그 선만 지켜도 하루가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