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료 가이드

01 · 공짜로 쓰는 것 같지만 가장 비싼 것

내 시간의 값을 모르면, 늘 비싸게 산다

직접 하면 돈이 안 든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내 1시간에 값을 매기는 세 가지 방법, 한 달치로 환산하는 법, 그리고 그 값으로 일을 다시 나누는 순서까지.

읽는 데 약 10분 · 무료

한 줄로 줄이면

  • 직접 하는 일에도 값이 붙습니다. 안 보일 뿐입니다.
  • 내 시급은 바닥값·실제값·대체값 세 가지로 잡아볼 수 있습니다.
  • 시급보다 싼 일은 넘기고, 비싼 일만 손에 남깁니다.

혼자 사업을 하면 대부분의 일을 직접 합니다. 상품을 찾고, 등록하고, 가격을 고치고, 운송장을 넣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하면 돈은 안 드니까.”

이 한 문장이 사업을 오래 제자리에 붙잡아 둡니다. 돈이 안 드는 게 아니라, 돈이 아닌 것으로 내고 있을 뿐입니다. 낸 것은 시간이고, 시간은 다시 사 올 수 없습니다. 이 글은 그 시간에 값을 매겨 보는 글입니다. 값이 붙어야 비교할 수 있고, 비교가 돼야 무엇을 놓을지 정할 수 있습니다.

1. 기회비용: 하지 못한 일의 값

기회비용은 어려운 말이 아닙니다. 이 시간에 이 일을 했기 때문에 하지 못한 다른 일, 그게 값입니다. 상품 120개를 찾느라 34시간을 썼다면, 그 34시간에 할 수 있었던 가장 좋은 일이 이번 달에 치른 값입니다.

그 자리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상세페이지를 고쳐 전환율을 올리는 일일 수도 있고, 매입처와 단가를 다시 협상하는 일일 수도 있고, 아이 저녁을 같이 먹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공짜는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이 값이 통장에서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카드값은 매달 눈에 보이지만, 쓴 시간은 명세서가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1인 사업자가 가장 비싼 비용을 가장 늦게 발견합니다.

직접 해서 아낀 돈보다, 직접 하느라 못 한 일이 더 비쌀 때가 많습니다.

2. 내 1시간에 값을 매기는 세 가지 방법

감으로는 판단이 안 됩니다. 숫자를 하나 정해 두면 그 다음부터는 결정이 쉬워집니다. 세 가지 중 편한 것으로 잡으면 됩니다.

그림내 시급을 잡는 세 가지 방법

바닥값

10,320원

법이 정한 최저선

2026년 최저임금. 내 시간을 이보다 싸게 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값

순이익 ÷ 일한 시간

지난달 기준으로 직접 계산

순이익 300만원을 200시간에 벌었다면 시간당 15,000원입니다. (예시)

대체값

13,746원

남에게 맡기면 드는 돈

주휴수당과 4대보험 사업주 부담까지 넣은 금액입니다.

세 값은 보통 다르게 나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정확한 숫자가 아니라 기준선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기준선이 있으면 “이 일을 내가 계속할 것인가”에 답할 수 있습니다.

출처: 고용노동부, 2026년 적용 최저임금 고시 (시간급 10,320원, 월 환산 2,156,880원)

3. 실제값을 계산해 보는 법

실제값은 조금 더 손이 갑니다. 대신 한 번 내면 그 뒤로는 계속 씁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 지난달 매출에서 매입가·수수료·배송비·광고비·반품 손실을 뺍니다. 남은 것이 순이익입니다.
  • 지난달에 이 사업에 쓴 시간을 셉니다. 정확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루 평균 몇 시간인지 곱하면 충분합니다.
  • 순이익을 시간으로 나눕니다. 그 값이 지금 내 시간의 실제값입니다.

처음 계산해 보면 대부분 실망합니다. 최저임금보다 낮게 나오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건 실패가 아니라 정보입니다. 지금 구조에서는 시간을 더 넣어도 값이 오르지 않는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시간을 더 넣는 대신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거꾸로 실제값이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면, 그건 더 분명한 신호입니다. 시간당 2만원을 버는 사람이 시간당 1만원짜리 일을 직접 하고 있다면 매시간 1만원씩 잃고 있는 셈입니다.

4. 한 달치로 환산해 보기

상품 하나를 제대로 찾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재 보면, 검색하고 판매 흐름을 확인하고 매입가를 비교하는 것까지 합쳐 보통 한 시간에 서너 개입니다. 한 달에 120개를 채운다고 하면 이렇게 됩니다.

항목값
찾을 개수120개 (매주 30개)
한 시간에 찾는 개수3.5개
걸리는 시간약 34시간 (하루 8시간씩 4일 넘게)
최저임금으로 친 값약 354,000원
사람에게 맡길 때약 472,000원
최저임금 10,320원 기준. 맡길 때는 주휴수당 약 1.2배와 4대보험 사업주 부담 약 11%를 넣은 값입니다. 작업 속도는 사람과 품목에 따라 달라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35만원이라는 숫자가 아닙니다. 이 34시간이 매달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1년으로 펴 보면 이렇게 보입니다.

그림1년 중 같은 일에 다시 쓰는 날

51일

1년 일하는 날 260일 가운데

상품 찾는 데 쓰는 날 (51일)나머지 (209일)

월 34시간을 하루 8시간으로 환산해 1년(주 5일 기준 260일)에 놓은 것입니다.

51일입니다. 두 달 반 동안 다른 일을 아무것도 못 한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이 51일은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똑같이 돌아옵니다. 매출이 늘면 더 늘어납니다.

5. 왜 이 일은 열심히 해도 안 줄어드는가

이런 반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익숙해지면 빨라지지 않나?” 어느 정도는 맞습니다. 처음 한 시간에 두 개 하던 것이 서너 개가 됩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춥니다.

찾고, 옮기고, 붙여넣는 일은 사람이 잘해서 줄어드는 종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화면을 열고 기다리고 복사하는 시간은 숙련도와 상관없이 그대로 듭니다. 밖에서 재 본 숫자들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림밖에서 재 본 숫자들

위 수치는 외부 기관이 공개한 조사 결과이며, 개별 사업장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업종과 취급 상품 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하는 시간의 60%가 ‘일에 관한 일’에 쓰인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결과를 만들지 않는 작업, 그러니까 자료를 찾고 옮겨 적고 다시 확인하는 일입니다. 이 비중은 개인이 더 부지런해진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일의 성질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6. 돈으로만 재면 놓치는 것

시간의 값에는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항목이 더 있습니다. 이것까지 넣어야 계산이 맞습니다.

  • 배우는 시간 — 새 기술이나 새 채널을 익히는 데 쓸 수 있었던 시간입니다. 반복 작업은 이 시간을 가장 먼저 잡아먹습니다. 그리고 배움이 멈추면 1년 뒤의 경쟁력이 멈춥니다.
  • 판단하는 힘 — 사람의 집중은 하루치가 정해져 있습니다. 단순 작업에 다 쓰면 정작 중요한 결정을 지친 상태로 하게 됩니다. 소싱 판단이 흐려지면 그 손해가 단순 작업 시간보다 훨씬 큽니다.
  • 가족과 쉬는 시간 — 여기서 빌려 쓴 시간은 이자가 붙습니다. 오래 하면 사업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 멈춥니다. 1인 사업의 가장 흔한 실패 원인은 매출이 아니라 소진입니다.
  • 기회의 창 — 잘 팔리는 시기는 지나갑니다. 준비가 늦으면 같은 상품도 값이 달라집니다. 2주 늦게 올린 상품은 다른 상품이 됩니다.

이 네 가지는 계산서에 안 찍히지만, 사업을 오래 한 사람일수록 이쪽을 더 무겁게 셉니다.

7. 내 시급으로 일을 다시 나누기

기준선이 생겼으면 이제 쓸 차례입니다. 하는 일을 전부 적어 놓고 옆에 “이 일은 시간당 얼마짜리인가”를 붙여 봅니다.

일시간당 값
매입처와 단가 협상높다 — 한 번 깎으면 계속 남는다
팔 상품을 고르는 판단높다 — 이 결정이 나머지를 정한다
상세페이지 구조 고치기높다 — 한 번 고치면 계속 작동한다
상품 후보 목록 모으기낮다 — 정해진 기준으로 추리는 일
엑셀 옮겨 담기, 운송장 입력낮다 — 틀리지만 않으면 되는 일
예시입니다. 업종과 단계에 따라 자리가 바뀝니다.

규칙은 단순합니다. 내 시급보다 싼 일은 놓고, 비싼 일만 손에 남깁니다. 놓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사람에게 넘기거나, 프로그램에 넘기거나.

8. 그래서 이번 주에 할 것

복잡하게 갈 것 없습니다. 세 가지만 해 보시면 됩니다.

  • 일주일 동안 무슨 일에 몇 시간을 썼는지 적습니다. 정확하지 않아도 됩니다. 30분 단위면 충분합니다.
  • 내 시급을 하나 정합니다. 위 세 가지 중 아무거나 좋습니다.
  • 적어 둔 일을 내 시급보다 싼 일과 비싼 일로 나눕니다. 싼 일 중 가장 자주 하는 것 하나에 표시합니다.

표시한 그 하나가 다음에 넘길 일입니다. 사람에게 넘길 때 실제로 얼마가 드는지는 다음 글에서 봅니다.